전부터 엄청 구경만 하고 다녔다. 곰탕에게 100만원이 넘어가는 물건은 이제 쉽게 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고? 입이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담처럼 말했던 '결혼 10년차 선물'이 정말 말처럼 이루어졌다.
2세. Junior. 아이....
지금의 마음으로는 그냥 건강하게 잘 자라고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마 세상의 모든 예비 아빠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정말 정말 고민했다 (곰탕은 고뇌는 하지만 고민은 잘 하지 않는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기어다니고, 일어서고 그리고 곧 뛰어다니게 될텐데, 선배 아빠들의 공통된 고언에 따르면 아이는 너무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일정 화각의 단렌즈보다는 줌렌즈가 좋다고 한다.
곰탕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두 조카들이 이제 막 뛰고 걷기 시작하는데 단렌즈로는 솔직히 힘들다. 그래서 미래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열심히 시선을 바꾼것이 24-70 mm, F2.8L II, 보통 신계륵이라 부르는 렌즈였다. 그런데...
이눔의 가격이 200만원대 (각종 할인쿠폰, 포인트 등등을 동원해도 180만원 이하로 도저히 낮출 수 없는 가격대 ㅜㅜ). 그러나 나의 2세를 위한 기록물의 화질을 위해서라면 이정도야....지를 수....없다 ㅠㅠ.
그래서 가격에 울고 난 후, 그냥 잊고 살았는데....어느덧 다시 눈에 들어온 렌즈가 있었으니...바로 100 mm F2.8L IS Macro. 일명 백마엘이다. 마크로렌즈는 솔직히 신계륵보다 더 계륵이라고 생각했었다. 전에 시그마 50 mm Macro lens를 한번 사용해봤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SLR club의 canon동 (여기는 정말 들어가면 안된다 ㅜㅜ. 지름신의 신도들과 사도들이 득시글 대는 곳이다)에 올라온 백마엘 조합의 사진들에 눈이 팔려 신계륵을 과감히 포기하고 할인, 포인트, 15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질.렀.다.
35mm F1.4L (사무엘), 50mm F1.2L (오이만두), 그리고 70-200mm F2.8L IS (구아빠백통)에 이은 4번째 L 렌즈이다. 뭐 워낙 많은 사용기와 개봉기가 있으며, 여기는 그냥 곰탕의 마음을 담는 곳이라 자세한 스펙따위는 요기에서 확인하시고 (http://www.canon-ci.co.kr/actions/CategorySiteMainView?cmd=view).
일단 개봉기를 시작하자.
[곰탕의 책상에 언제온지도 모르게 살포시 놓여져 있는 2개의 박스...두근두근...]
[먼저 작은 박스부터 개봉. 일명 뽁뽁이에 잔뜩 감겨있어 내용물을 알아보기도 힘들지만, 일단 안전하게 배송된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감사감사. 쇼핑몰 사장님]
[드디어 개봉된 마데인젊은이, 슈나이더 B+W 007 MRC Nano XS-PRO 67mm filter. 정말 비싼 필터지만 나의 백마엘이 더 소중하니깐 이정도는 과감히 질러주겠어. 달아주겠어]
[포장안에서 수줍게 모습을 들어 낸 우아한 자테의 Filter군. 블랙의 체신이 너무나 멋지구리하구나]
[투명도. 두께. 그 모든 것의 완성. 나의 슈나이더 filter군. 하앍하앍...정도는 아니닷!]
[두번재 박스를 개봉하니 역시 뽁뽁이 속에 에스닉한 자테를 들어내신 나의 백마엘 박스양]
[쇼핑몰 (캐논천국...이라고 밝혀도 되것지?)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센스. 단과자 X2.
근데 저 과자는 넘 달아서 패스]
[금빛 딱지의 정품 label. 묘하게도 캐논 렌즈나 바디 박스와 애플 제품의 박스는 버릴 수가 없다 ㅜㅜ. 아...아...아름다워! (라 읽고 혹시라도 중고로 재판매를 할 때, 단돈 만원이라도 더 받기위해서라고 쓴다)]
[박스를 개봉하니 떡하니 나오는 전혀 쓸데가 없는 파우치. 낱개로 살려고 하면 우라지게 비싸지만, 막상 사용빈도는 무한히 Zero에 수렴하더라는...캐논. 다른거를 주면 안되겠니?]
[파우치가 포함된 스티로폴을 제거하니 드디어 들어난 백마엘의 자태.
저기 보이는 검은 테두리가 후드(밥그릇 ㅜㅜ)]
[박스에서 세상으로 출산된 곰탕이의 백마엘. 비닐에 쌓여 있는 모습이 마치 새신부의 베일처럼 느껴진다]
[베일을 벗기고 나서 젤 먼저 한 것이 단 한톨의 먼지라도 허용할 수 없기에 바로 필터링을 해주었다.
아아....아름답다]
[후드까지 장착한 백마엘. 중간에서 밝게 너무나도 밝게 빛나는, L을 의미하는 붉은 테두리. 저 붉은 테투리에 가해지는 것은 결국 머니. 머니. 머니....]
일단 외관은 나름 튼튼해 보이고 후드의 재질은 예전과는 달리 생활기스에 강해보인다는 것이 바뀐 듯하다. 시리얼은 UB인 것으로 볼 때, 올해 생산된 (2013년) 모델이고, 정품등록도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바디와 합체하여 그 능력을 확인해 볼 차례. 집에서 조용히 보관함에서 잠자고 있는 5D와 7D는 만나보지도 못하고, 스냅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100D와 조우시켰다 (뭐 요즘 BK21PLUS 사업 신청한다는 PI의 등쌀에 집에 못간지도 한 3~4일 되어서도 그렇다 ㅜㅜ).
이제 확인해볼 차례. 아래 사진들은 약간의 샤픈만 준 크롭사진들이다.
백마엘. 이름닯게 정말 야생마처럼 다루기 어려운 렌즈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Focusing도 정말 힘들고, 심도도 무지하게 얕아서 조금만 움직이면 물체가 사라져버리고 AF를 잡기위해 렌즈의 USM이 미친듯이 움직인다. F2.8의 렌즈이지만 실제 사진을 찍을 때는 조리개를 엄청 조여야하고 (F8 이상...) 반대로 셔속은 1/125이상은 확보해야 하는듯하다. 그 의미는 고감도 저노이즈의 ISO를 가진 오막삼이나 6D와 같은 하이엔드 바디가 필요하는 것인데....이건 정말 고민하고 체득해야 할듯하다.
오이만두의 부드러움, 사무엘의 날카로움을 다 품은 듯한 렌즈. 백마엘. 처음 생각과는 달리 단순히 접사용이 아닌 의외의 전천후 사용의 렌즈가 될지도 모르겠다. 왜 많은 '접사러'들이 백마엘을 권하는지 조금은 알듯하다. 그리고 접사의 세계에는 내가 미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도 이 렌즈가 내게 준 또다른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접사를 찍어보고 싶다고? 백마엘을 권한다. 물론 고가의 렌즈이다. 그러나 그 가치는 충분히 보상을 해줄....지도 모른다 ㅜㅜ. (적어도 곰탕에게는 그렇다. L렌즈잖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