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피규어는 살구색이 너무 많기도 하고, 건프라에 비해 가격도 엄청 비싼데다, 대부분 고정 자세라 그냥 전시용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 비가 너무 자주오기도하고 막상 밖에 나가봐야 별로 찍을 것도 없었기에 뭔가 새로운, 정렬적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 물체가 뭘까 고민을 하던 찰나, 스르륵의 유명 작가분이기도 하시며, 100D와 M이당의 당주님이시기도 한 '바이러스작가님'의 사진에 눈이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살구색 피규어...엄밀히 말하면 'Pre-painted PVC figure'이다. 처음엔 그냥 뭐 얼마나 정교하겠어...라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알파맥스사의 한 피규어를 보고 그동안 가졌던 생각이 모조리 사라지고, 엄청난 끌림이 곰탕의 염통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지르기 시작했는데...이것이 정말 돈먹는 블랙홀이었다는 것을 몇개 구입한 이후 깨닿게 되었다 (근데 지금도 이쁜 피규어를 찾아 각종 홈페이지를 슬슬 뒤지고 있단...ㅜㅜ). 거기다 한가지 더 진행한 프로젝트는 집안에 작은 미니 스튜디오를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물론 인터넷을 뒤지면, 그리고 일정의 금액을 투자하면 미니 스튜디오를 구입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냥 내 손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해서 약식으로 만들어...라기 보담은 책상 하나를 정리하고, 그 위에 그냥 스텐드 2개를 잘 연결하고, 배경지를 하나 붙이면 완성. 90EX를 마스터로 하고 430EX를 슬레이브로 해서 간략한 미니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일단 흰색을 포함한 배경지를 좀 더 구입해야겠지만, 전에 하나 사둔 감청색의 배경지를 일단 활용했다.
그리고 시작된 피규어 촬영.
근데 이게 점점 마음에 든다. 일단 원없이 스트라보를 직광으로 터트릴 수도 있고, 피규어의 위치를 바꾸고, 조명을 조절하면 정말 다양한 표정이 나온다. 물론 전문 모델의 다양한 표정과 자세와는 비교도 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실내에서 스트라보를 이용한 다양한 촬영을 연습해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좋다 (물론 전문 모델이 더 좋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연습한 결과 그래도 조끔이나마 스트라보를 이용한 실내 촬영과 노출에 대한 공부를 한 듯하다.
그럼 사진을 보자...
이 피규어는 알파맥스사의 1/8 scale의 샤이닝 아크 "밸벳"이라는 캐릭터이다. 피규어의 완성도와 퀄리티는 원작 Tony 일러스트가 마치 3D의 현실로 뛰어나온 듯하다. 어깨와 허벅지의 곡선과 색감이 너무나 부드럽다. 원형사인 2%의 작품은 앞으로 계속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 피규어는 코토부키야사의 1/8, 샤이닝 아크, "사쿠야 모드: 세라핌"이다. 일단 가격이 허덜덜하게 비싸다. 그런데 너무나 맘에 들어서 결국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구입한 피규어란다 (물론 등의 날개가 너무커서 전체 샷을 찍기가 참으로 난해했지만). 물론 알파맥스사의 퀄리티에는 개인적으로 쪼끔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Tony의 일러스트가 정말 잘 나타난 퀄리티의 피규어이고, 사쿠야 시리즈를 뒤지게 만든 것이기도 하다. 넓게 퍼지는 치마와 분홍색의 색감, 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적당하게 가린 모양은 은근한 매력이 넘친다. 특히 등라인은 숨겨진 백미이기도 하다.
이 피규어는 코토부키야사의 1/8, 샤이닝블레이드 "사쿠야: 맥시마"라는 피규어다. 우연히 방문한 보크스 코리아에서 구입한 피규어인데...그런데...언제 생겼는지 모르는 스크레치가 ㅜㅜ. 퀄이나 색감, 마감등은...솔직히 위의 세라핌이나 밸벳에 비하면...뭐...정말이지 돈 값을 못하는데 말이다. 그냥 구했다...쩝. 역시 알터나 알파맥스에 비해서 떨어지는 코토부키야의 퀄은...쩝쩝...
이 피규어는 미소녀가 아니다. World of warcraft의 여사제 피규어인데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미니 스튜디오에서 재촬영을 했더니...생각도 못한 색감과 퀄이 나와서 정말 놀란 것이기도 하다. 역시 사진은 빛의 마술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 피규어다.
그동안 나에게 건프라는 조립과 도색, 다양한 자세를 만들어주던 좋은 취미였다. 그런데 도색을 못하게 되니 뭔가 가치의 70~80%가 사라진 느낌이다. 뭐 언젠가는 할 수 있지않을까...라는 기대도 있지만, 솔직히 힘들 것도 같다. 특히 아이라도 있으면, 집에서는 절대 무리. 아마 당분간은 코토부키야의 인간형 SD 캐릭터 정도나 구해볼까 생각중이다. 그대신...피규어는 알파맥스, 원형사 2% 작품만 구입한다면...뭐 1년에 2~3개 정도 구하게 되지 않을련지....그리고 틈틈히 배경지를 바꿔가면서 즐거운 실내 촬영의 즐거움을 만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