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2010년도 이미 시간의 저편으로 지나가 버렸다. 물론 시간이란 것을 어떻게 정의 하느냐에 대한 것은 물리, 수학자가 풀어야 할 주제니 과학적으로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고, 그냥 생활에서의 관점에서 볼 때....무슨 말을 하는건지....
어찌되었건 2010년은 내게 있어서 많은 일과 고난과 역경이 혼재했었던 한 해였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2010년에 박사학위라는 (지금생각해보면 그냥 하나의 자격증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을) 것을 받기위해 무수입과 싸워야 했고, 수많은 짜증과 담배연기, 커피와 함께했었다.
물론 2010년을 보람차게, 반대로 후회는 적은 한 해 였었냐는 물음에는 'NO'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2011년을 2010년처럼 보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뭔가 달라져야 할테니.
솔직히 이번 여행은 짧고, 그 의미란 그냥 만사 잊어버리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만사 잊고 그냥 마음을 비우기 좋은 장소로서 '바다'라는 곳은 최적의 장소이고 '바다'하면 역시 동해가 최적. 그래서 한번도 안간 장소, 낙산사를 가보기로 했다.
낙산사는 2005년 4월에 대화재로인해 거의 대부분의 시설과 전각이 불타버려서 모든 것을 리모델링하고 있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천년을 넘게 내려온 장소로서 그 영감이라던가 기운은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방문했다.
그러나 마음과 머리를 깨끗하게 비우기에는 난 수련이 너무나 부족한 모양이다. 좋은 풍경도, 아름다운 햇살도, 그리고 푸른 바다와 파도의 소리에도 번뇌는 가득했기에.
사진은 순간의 예술이기도 하지만, 사진처럼 그 순간의 사진사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번의 사진 역시 그러한 고민과 나의 번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푸른 하늘과 해질녁의 부드러운 햇살을 보여준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지도
낙산사 7층 석탑. 조선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화마의 발톱도 석탑은 빗겨간 듯 하다.
해질녁의 색감은 무엇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지만, 왠지 서글픔을 품고있기도 하다. 아마 석양을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서 색이 바뀌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속세의 번뇌를 잊을 수 있을까? 여전히 속세에 살고, 욕망과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에게?
석양의 햇살도 그렇지만 바다 역시 보는 이의 마음과 감정에 따라 너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기분이 좋을 때의 바다는 맑고 투명하며, 그 푸른 빛을 너무나 찬란하게 비춰주지만, 마음이 답답하고 어두울 때의 바다는 탁하고 거칠며 자신에게로 달려오라고 유혹하는 악마와도 같은 소리를 내곤 한다. 과연 나는 이날 어떤 바다를 보고 온 것일까?
평일에 간 낙산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물론 관광객이 없을 수 없는 곳이긴 하지만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을 때가 있었다. 그 고요함과 정막함은 어려가지 상념을 들게 만들곤 했다. 번뇌를 잊어야 하는 장소이나 속세에 사는, 아니 속세에 찌든 나에게는 그 영감과 부처의 자비와 평정심이 아직 미치지 못하나 보다. 단지 시선을 돌려보면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wife를 볼 때마다 드는 편안함과 안도감, 미안함이 나에게는 부처의 자비심과 평정심만큼이나 평화롭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