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도색을 해본적이 언제인지...이제는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오래되었다.
아마도...결혼 전이 마지막이었으니...20년은 족히 넘은 듯 싶다.
20년이라...하하하
사실 건프라는 중학교 시절 친구를 통해 접해본 일본 문물이었고 (지금이야 일본이 맛이 가는 중이라서...뭐 우리나라도 선진국 체험판이 끝나가고 있지만...), 그리고 건담은 중학생이었던 곰탕에게 신세계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시작된 프라모델링의 바램...
정식 수입도 안되었던 반다이 프라모델을 어둠의 경로로 구해서, 생각해보면 정말 고가의 타미야 에나멜 (물론 아카데미사에서도 나오긴 했지만)을 한두개씩 구입해서, 철물점에서 파는 노란색 통에 들었던 신나와 섞어서...환기도 안되는 방에서 (물론 환기를 해야한다는 사실도 잘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붓으로 열심히 칠하다가, 모친에게 신나세 혼났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물론 그 이후에 대학에 들어가고, 차취를 하다가...원룸을 얻고, 그리고 MG 리가지를 시작으로하는, 프라모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더랬다.
오늘 20년만에 찾아본 (에어호스는 삵아서 끊어져 있고, 전원부는 녹슬어서 골골대는) 콤프레샤와 (O링이 삵아서 부품을 교체해줘야 하는) 에어브러쉬는 이제보니 제조사도 불명확한...그런 것들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 당시에 너무나 힘들어서, 그나마 한 Kit을 몇 달동안 사포질하고, 간간히 도색하고...프라판으로 튠업도 해보려고 했던, 뭔가 신경을 돌릴 것이 필요했었는데, 그게 건프라였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에어브러쉬를 이용해서 본격적으로 도색을 했었다.
다만 결혼을 한 후에는, 시간도, 조건도 맞지 않아서...건프라는 다시 저 기억의 파편으로만 남겨두었더랬다.
그러다...문득...
베란다의 창고를 정리하다보니...20년 전에 사용했던, 굳어져서 열리지도 않는 도료들과 도색 접시...사포...줄...들을 발견했고...
다시 마음 속에는 프라모델링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렬하게 들기 시작했다...20년만에...
곰탕에게 프라모델은 일종의 소확행이자 괴로움의 증거인가 보다.
요 몇 년 사이에, 정신적으로 너무나 지치고,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약한 우울증에, 불안장애, 급성 뫼니에르...같은 정신적 질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었는데 (물론 이 시련의 원인이 가족이라는 것은 너무나 슬프고 환장하겠지만...해결 방법이 잘 보이지 않아서도 그렇고),
마치 20년 전,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너무나 힘들었던 시절이 오버랩되는 지금...역시나 탈출구는 (아니 버틸 수 있는 그나마의 동아줄은) 프라모델링인가 보다.
물론 20년 전과 차이점이라면,
나이가 들어서, 경제적으로는 20년 전보다는 좋아졌다는 것과 반대로 노안과 육체적 쇠락을 얻었다는 점이랄까!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라서 도색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뭔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조금씩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다시 프라모델링을 시작하려고 한다.
단순 먹선과 데칼링...그리고 탑코트로 마감만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당분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