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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와의 여행

여유로움?


한가롭게? 와우를 즐기고 있던 일요일 오후. 마눌님의 전화벨이 강렬하게 울렸다. 그리고 그 벨소리에 왠지모를 불안감이 느껴졌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큰 처제네가 집근처, 상암 월드컵 경기장 공원에 조카를 데리고 놀러 온다는 전언.

역시나 오후에도 즐거운 와우 라이프를 즐기려는 나의 소박하고 소박한 꿈은 산산히 부서지고, 결국 간단한 집청소는 대청소가 되어버린체 카메라 전용 가방들에 카메라 전용 케비넷에서 잠자고 있던 애들을 다 깨워서 채워 넣고 부랴부랴 공원으로 차를 몰고 나갔다.

뭐 서두에 말은 저렇게 섰지만, 솔직히 이런 일이 없었으면 올해도 나의 카메라들은 보관용 케비넷에서 쿨쿨 잠만 잤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했다.

그리고...도착과 동시...야들은 근래에 보기 드문 셔터 노동에 돌입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나중에 집에 와보니 거의 800장 정도 연사로 찍어 놓았던 것 (이거 골라내고 보정하는 작업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욜라 빡세다).

물론 이 블로그에 조카사진으로 도배를 하기를 기다렸다는 분은 마눌님의 싸이를 가보시면 될 듯하고, 단지 그 중에서 몇 장 건지 오리 사진으로 대신하련다.

솔직히 조류는 정말 찍기가 어렵다. 일단 크기도 작거니와, 근사로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피말리는 노력도 필요하고, 단렌즈로는 이게 눈인지 문늬인지도 구분이 안가는 바람에 주로 망원렌즈를 써야 하는데...내 최대 망원 렌즈는 이미 팔아버린지 오래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그나마 망원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아빠백통 (이제 신형이 나와서 옛아빠..라고 불러야 하겠지만) 이 그나마 200 mm라는.

솔직히 이 아빠백통은 조류사진을 위해서는...그닥 효용성이 없다. 자연스런 인물 사진에는 그만이겠지만.

그러나 가끔 행운도 있는 법. 오리 한쌍이 놀러나온 여러 가족들이 던져주는 먹이감을 드시기 위해 꽤나 근접했다는 것이었다.

 

암컷 오리인 듯. 암컷이라 그런가 좀처럼 다가 오지 않아서 좀 멀리 찍혔는데 나름 공간감이 생겨버려서 맘에 들었던 사진들이다.

 


야는 수컷 청둥오리인 듯한데 그래도 상당히 가까이 다가와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나름 잘 나온 반영이 묘한 대립 형상을 보여서 약간 더 만족. 물론 반영까지는 생가도 못하고 찍어서 그런지 구도는 영 아니올시다...다.

그런데 저런 조류사진이나 각종 동물 사진을 보면 각도에 따라서 상당히 다양한 표정들을 볼 수 있다. 사람처럼 얼굴에 많은 신경과 근육을 움직여서 만들어 내는 표정과는 다른 그 무엇인가가 있다. 아니 눈빛에서도 미세한 표정을 볼 수 있는데 (뭐 사람도 마찬가지 겠지만...) 아마 진사들은 위한 나름의 포즈가 아닐런지 모르겠다.


사족으로 동물이나 사람이나 눈빛이 어떻게 빛나는냐에 따라서 정말 많은 언어를 대체한다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한다. 특히 어린 아이를 찍을 때 느끼는 것은 가장 중요한 포커스는 역시나 아이의 눈이 된다는 점. 그리고 그 결과물을 확인할 때, 어른들과 가장 다른 것은 역시는 눈의 초롱함이다. 아이의 눈의 초롱초롱함은 정말이지 그 아름답다는 수많은 보석들 보다 더 빛나고 아름답다.

그런데 왜 어른들에서는 그러한 초롱함이 보이지 않는 걸까? 세속의 때는 눈에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지금 내 눈은? 게슴치레하고 탁하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