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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개인적인 생각들

書冊印

사람이 가장 멋있게 (요즘으로 말하자면 엣지있게?) 보이는 순간이 어느 때일까? 난 감히 책을 읽고 있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독서란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니 반드시 해야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라고 생각해서인지 누군가 "제 취미는 독서에요"라고 한다면 과감하게 코웃음을 쳐주곤한다.

독서란 결코 취미가 될 수 없다. 독서는 기본적인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독서라는 행동에서 얻어지는 것은 단순히 위에서 말한 엣지있는 행동이 아니라 살아가는 생물적인 행동과 더불어 인간이라는 생물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행동이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인간이 지금까지 축적해 놓은 지식이다. 물론 지식과 지혜는 다른 것이긴 하다. 또한 지식이 많다고 해서 지혜가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지혜의 깊이는, 지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책을 읽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 물론 기본적인 식욕에서도 편식이 있듯이 책의 장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나 행복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책장에 책이 쌓이기 시작하고, 누군가에게 빌려주기도 하다보니 한권, 두권...점점 잃어버리는 책들도 생기고, 이 책이 내가 산 책인지 빌려온 책인지 시간이 지나다보면 헷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만의 표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도 교보문고를 갔을 때, 책에 찍는 책도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날은 그렇게 새로운 것이 있다는 정도로 끝났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책도장에 대한 욕구가 넘실대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용한 문명의 이기, 인터넷에서 검색을 한 결과, 인사동에 책도장을 새겨주는 곳이 있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생각은 신중하게, 행동은 민첩하게'라는 말도 있듯이 (물론 생각을 신중하게 하지는 않았다 ㅜㅜ. 단지 행동만 민첩하게 했을 뿐) 바로 인사동으로 울 부부가 출동을 하였던 것이었다.

처음 들린 곳에서는 그리 큰 감명을 받지는 못했다. 그냥 가격대만 확인하고 나왔다. 그리고 두번째 들린, 조금은 큰 가게에서 그냥, 덜컥, 아무런 생각이 없이 구입을 했다. 특히나 원하는 글자를 그 자리에서 새겨주시는 것이 너무나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울 부부의 이 지름병은 언제쯤 치료가 될려는지).

책도장들. 우측의 것은 집에 있는 장서에 찍을 도장체, 좌측의 것은 개인적인 장서용으로 구비를 했다.

 

위의 그릇처럼 생긴 것이 책도장 전용 인주. 마데 인 치나. 근데 가격은 좀 쎄다.

집에 있는 장서용 책도장인. 준(埈)과 연(沇)의 책(冊)이라는 글자가 담겨 있다.

 


위의 것은 개인적인 용도로 새긴 책도장인. 준(埈)의 글(書)이라는 글자가 담겨있다. 특히 준자는 담배연기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신것이 왠지 마음에 와 닿는다. 새겨주신 분과 함께 담배 한모금 같이 한 즐거움의 결과일까?

물론 책도장이라는 것이 사치품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장서들에 찍힌 이후에는 더이상 사치품이 아니게 된다. 책들이 더욱 돋보이고 개인적인 소장가치가 높아지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멋이 깃들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집에 책이 많다고? 그럼 한번쯤 구입하시길 권한다.

PS. 책도장을 새긴 곳은 인사동의 '명신당필방'이라는 곳이다. 주인분들?도 너무 친절하시고 과거 영국의 여왕 되시는 엘리자베스 2세도 다녀가셨다고 하시니, 인사동에 가실 경우에 한번쯤 들려보시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