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글에서도 끄적거렸지만, 이번 경주의 방문은 생애 2번째다. 물론 거의 그렇지만 충동적 여행이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수중릉과 불국사를 가본터라 이번에는 제외. 그래서 '안가본 곳을 가보자'가 모토였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먼저 석굴암.
솔직히 사진으로는 충분히, 아니 넘칠만큼 보았지만 실제로 보는 것하고는 좀 차이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공사중에 사진촬영 금지. 뭐 사진촬영 금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공사중이라는 것이 좀 아쉬웠다. 석굴암 안에 철골 구조물이라...물론 문화제이고 보수는 필요하겠지만, 일제침략기에 그눔들이 손을 대어서 그런지 뭔가...좀...아쉽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보수가 필요한 것일까?
이 블로그를 만들면서 정한 몇가지 roles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가 정치적인 의견은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물론 곰탕은 상당히 정치에 민감하다. 정치에서 눈을 돌리는 순간, 결국 나중에 엄청난 시한폭탄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이이기도 하고, 경험도 해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IMF는 정말이지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꾼 대사건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 IMF의 주역들이 지금도 잘먹고 잘사는 것을 보면 뭔가 크게 잘못된 국가라는 생각이 영 지워지지 않는다. 허긴, 아직도 친일파들이 잘먹고 잘사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IMF란 별 것 아니었겠지. 그냥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고개만 한번 조아리면 끝일 뿐...).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일제침략기를 포함한 근대 역사에서 국가의 주인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다 이루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국가의 수도 한복판에서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보란듯이 열리니 말이다. 젠장.
그래서 불상은 찍지 못하고 Canon의 색감만을 확인했다. 물론 새로 들인 18-200mm 렌즈도 Test해볼겸 말이다.
Canon사의 바디와 렌즈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저 진득한 붉은색, 투명한 파란색,
화사한 노란색의 감성이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수국의 아름다움은 마치 어린 여아의 성장기를 보는듯하다
석굴암을 나서서 다음에 방문한 곳은 경주의 대표 첨성대. 그런데 왠지 큰 감흥이 없다. 왜일까?
첨성대를 둘러보고 나서 계속 길을 걸어 방문한 곳은 경주최씨의 고택. 물론 카메라에 담았지만 별로 올리고 싶지는 않다. 고택은 그냥 눈으로 찍고, 머리 속에 담아두는 것이 왠지 더 아련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음은 경주박물관. 박물관 내에서의 사진 촬영은 금지. 그러나 성덕대왕 신종은 가능^^
국사책에서 엄청 본 에밀레종의 문양. 천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준 신종에게 감사를
솔직히 외국의 종소리도 여러번 들어봤지만, 우리나라의 종에서 들려오는 그 웅장함과 깊은 느낌은 비교 자체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훌륭한 문화를 얼마나 잘 보존하고 지키고 있는 걸까?
그리고 역시나 관광지에는 반드시 존재하는 곳이 있으니...바로
STARBUCKS
저 커피숍이 반가웠던 이유는 에어컨이 방빵하게 나온다는 것. 비록 너구리의 영향으로 구름이 많은 날이었긴 했지만 그래도 기온이 높은 것 만큼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것은 경주는 특색있는 먹거리가 없다는 것. 점심으로 먹은 쌈밥정식은 솔직히 그저 그랬다.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맛이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궁극의 목적지. 월지 (안압지).
야경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무려 4시간을 기달렸다. 아마 다른 날이었으면 미친짓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철수했을텐데, 역시 경주는 다른 것일까? 그늘에 앉아있으니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시원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좀 지루하긴 했지만. 혹시 야경을 찍을 계획이 있으신 분이라면 미리 저녁 도시락을 준비해서 가시면 보다 즐겁게 기다리실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됨.
이 3장의 사진을, 아니 2장의 사진을 위해 800km의 거리와 4시간의 기다림을 견뎠다. 물론 다른 분들의 그림같은 반영은 아니었지만 (이날은 바람이 좀 많이 불어서 이쁜 반영은 애초부터 포기했었지만) 나름 맘에 드는 야경사진이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물론 새로 구입한 울 부부의 올랭이의 뒷자리를 펴고 카박을 한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앞으로 늦봄부터 초가을까지의 1박 2일 정도의 여행에서 숙박비는 조금 절약할 수 있을 듯 싶다. 크크크. 단지 부드러운 침낭은 필요하지만 말이다.
새로 들인 렌즈를 포함한 경주 여행.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시도...나름 수확이 많았던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