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5D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취미를 위한 도구? 라고 대답하기에는 너무나 비싼 장비임에 틀림이 없다. 바디와 렌즈, 그리고 기타 악세사리를 합치면 거의 500만원에 육박하는 (물론 출시 초기에는 바디만 400만원 대였고, 지금은 200만원 초중반에 거래되고 있지만) 괴물이다. 과연 취미를 위한 도구로서 이만큼 많은 재화가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라고 끊임없이 물어보고는 있지만 단지 내가 원하는 단 한장의 사진이 걸려들었을 때, 내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만족감에 그 모든 것을 그냥 조용히 묻어버릴만한 명기이기도 하다.
EOS 5D + 35 mm F1.4L
물론 Canon의 명성에 걸맞게 핀조정은 해야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주 다행스럽게도 한번에 맞아줘서 행복감도 느끼고 있다.
단 한장의 사진이 주는 행복감이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포만감을 주지만, 그러나 반대로 그 한장의 사진을 얻기 위한 여정은 너무나 길고 힘들고, 짜증스럽기까지 한다.
여행이란 즐거운 기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여행이 편안하고 쉬운 것 만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5D와 여행을 다니고 싶은 것이다.
여행에서 얻은 그 단 하나의 즐거움이 주는 만족감이 다른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지울 수 있을테니.
물론 난 프로사진가도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만족하는 사진이 다른 이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는 생각 또한 가지고 있다. 단지 만족이 아니 미소로서 답을 할 수 있을 정도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5D와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