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몇인고 하니 이제 36. 30대 중반을 지나고 후반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있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닿고 있는 요즘이다.
젊음에서 기인한 체력은 이미 바닥나 있는 상태고 (요즘 건선으로 죽을맛이다. 그나마 독한 약으로 억누르고 있지만 근원이 뭔지를 모르니 치료가 쉽지도 않고...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이성이라는 것이 미쳐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본성에서 오는, 즉 나를 구성하는 물질적인 육체가 분명 경고를 하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잘 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으니 문제다)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쳐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이건 몸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러대니.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다는데 이젠 정말 몸관리좀 해야겠다.
성격이 모나서 남들이 다하는 fittness같은 것은 지루해서 싫고, 달리기는 뛸 곳이 마땅하지 않고, 자전거라도 타면 좋겠는데 이것도 그닥....결국 변명뿐...
그런데 이런 몸과 정신 상태를 가진 나에게 지난주 주말의 시작은 놀라움과 울분, 아쉬움....무엇이라 형용하기 어려운 비보가 날라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난 노사모는 아니었다. 단지 2002년 대선에서 그 외에 다른 후보들이 탐탁하지 않아서 그에게 한표를 던졌을 뿐이었다. 내가 아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그냥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씨'라는 말을 붙이려다 그만 둔다. 그는 적어도 남에게 존경을 받을만한 가치는 없다고 판단해서이다)에게 국회의원의 팻말을 집어던졌고, 3당 합당이라는 사건에서 유일하게? 공식적인 석상에서 반대표를 과감하게 던졌다는 일화를 주워들어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게 다였다.
그런데 그가 2002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었다.
물론 그 때만 하더라도 난 먹고 사는것이 급했고, 정치는 그냥 그들만의 리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물론 그 때 난 나 나름대로 너무나 힘든 시기였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말던, 단지 그냥 싫었던 당과 그 당에서 나온 인물이었기에 싫었고, 결국 '노무현'의 공약도 모른채, 한 표를 던진 그냥 그런 소시민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나서도 온갖 잡음이 들렸다. 물론 나는 학력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그가 고졸 출신이라는 것은 문제 되지 않았고, 입이 가볍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오히려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하기 너무 힘들다'라고 조중동 찌라시가 떠들어 댈때도....뭐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저런 푸념도 할 수 있겠지...라고 넘겨버렸다. 물론 이런 말을 주위에 했을 때 나에게 돌아온 주위에 반응은 '너 노사모지?'라는 말 뿐....
물론 대통령 노무현의 정치적이던, 정책적으로 행했던 일들이 다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물론 잘 알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한가지 확실했던 것은 그닥 비판 할만 것도 없다는 정도 였다. 그런데 내가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된 것은 탄핵 열풍이 불어왔을 때였다. 난 왜 그가 '탄핵'이라는 사태까지 맞이해야 했는지 몰랐다. 솔직히.
단지 그 당시에 내가 근무했던 직장의 특성상 정부의 기능이 마비되면 소위 골때리는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 정도만을 인지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촛불이 마치 건조한 들판에 불길이 일듯이 일어났다. 그리고 무슨 우리당 (그 때는 너무 웃긴 당의 명칭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승리는 무슨 깨뿔....선거에서 승리가 어디있나....당선이냐 낙선이냐지....) 했다.
그리고 다시 그는 나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정치가 대단했던 거였다. 중국의 역사에서 보면 백성이 정치라는 것을 모르고 살 때가 가장 정치가 잘 되는 때라고 하지 않았던가!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그리고 2008년 대선이 다가 왔다. 기호 2번 이명박.
일단 난 한나라당이 싫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난 좋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영삼이 정권을 잡고나서 IMF가 터졌다. 그것도 대학을 졸업하는 그 해에.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지금 김영삼 (옹..이라고 하고 싶으나 이 인간은 정말 싫기 때문에) 이 저리 천지분간을 못하고 지껄여대는 것이 황당하기도 하고, 그걸 용납해주는 사람들이 참으로 관대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의 전신들이 뭔지 아는지.
그래서 난 이명박이 싫었다. 그런데 그가 선거 유세를 하고 나서부터 그가 말하는 내용들은 정말 황당하고 무지했다. 난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기호 2번만 아니면 누구든지 좋다고. 심지어 '허경영'이라는 사람이 더 낳을 수 있을꺼라고.
그런데 그가 당선이 됬다.
그리고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그 촛불의 열기가 다시 일어났다.
이번에는 '광우병 사태'
지금의 내 자리에서 볼 때, 광우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이명박은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른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난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을 믿었다. 저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반대를 왜 하는지 들어는 주겠지.
역시 한나라당 출신은 달랐다. 전두환이 지배하던 5공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명박산성'을 보았던 것이다. 전두환이 지배하던 시절은 독재시대라고 치부하더라도,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하에서, 많은 국민들이 반대한다면, 그것이 설사 전체 인구의 1%라 하더라도 일단 말은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는데....돌아온 것은 '명박산성'이라 불리운 컨테이너 철벽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일이 서서히 흘러갔다. 그리고 또다시 슬픈일이 벌어졌다. '용산참사'
아무리 객관적으로 봐도 이건 아니었다. 아무리 그들이 '이명박'정부가 주장하는 불법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정치권에 속하며 운전사가 몰아주는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일부 혹자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생떼를 쓰다 지들끼리 죽인거라고.
장난하나? 그들은 이나라에 사는 국민이 아니던가? 대통령이 왜 존재해야 하고 정부와 국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것인가?
그런 소수라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정부며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존립의 의미조차 저버렸다. 그리고 단 한마디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불법'
법이 왜 존재하는가? 법이란 강한자가 힘으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이 인간으로써 살아가기 위해, 그것은 다른 동물과는 다른 '약육강식'이라는 피라미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불법'이란다.
좋다. 불법이라고 하자. 법이 그렇다니.
그런데 올해들어서부터 '노무현'이라는 전직 대통령이 돈을 받았다고 찌라시가 난리치기 시작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받을 수도 있지...그 잘난 전직 대.통.령.들이 받은 돈이 얼마인데' 라고...
근데 웃기게 계속 달러로 말한다. 100만 달러....500만 달러....언제부터 대한민국의 공식 화폐단위가 달러였는지 모르겠다. 한화로 말하면 (그 당시 환율로 계산해서) 9억, 45억이다.
근데 이게 웃긴 것이 부인이 받았단다. 아들이 받았단다. 사위가 받았단다....단다...단다...카더라....이것만 반복되더란다.
검찰이라는 조직이 어떤 데인가! 정말 '전직 대통령 노무현'이 돈을 받은 증거가 있다면 그냥 냅뒀겠는가? 벌써 구속했네 어쩐네 했겠지.
그런데 5월 24일 오전 10시.
그가...'전직 대통령 노무현'이 투신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건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단지 고향으로 돌아간, 나와 같은 시민 (이 말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된 사람이 왜?
그런데 그날 왜 눈가에서는 눈물이 그리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것인지.
그리고 조금씩 내가 보지 못했던 그 분의 발자취가 하나씩 아름답지만 허무한 향기가 되어 서서이 나의 이 멍청한 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사람은 죽고 나서야 자신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내 주위의 거의 모든 이들이 그냥 아쉽다고 한다. 안타까워 한다.
이것이 그분이 남긴 것이다.
다른 것은 모르겠다. 그런데 그 분은 적어도 살아 생전에 '사람을 사람으로 대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수만명이 추모를 한다. 수십만명이 조문을 한다. 왜? 가슴이 아프기 때문이다. 진작 그 분의 진정성을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 그냥 단지 사람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마음이 아퍼서, 그냥 사람의 도리로서 행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적어도 나에게는. 그 분은 사람이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힘들다고 한다. 어디서는 좋아진다고 한다. 그 분의 재임 시절에 나라 경제가 개판이 되서 어려워졌다고....이명박이 이끄는 (이끄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부는 경제를 살려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정부든 한나라당이든 지껄여댄다.
경제가 왜 힘들까?
그것은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회사가 어렵단다. 그러니 사원들을 내보내야 한단다. 구조조정이란다.
미친것들. 왜 경제가 어렵냐고? 일부의 그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강자들이 약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사원=지출...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란 사원을 내보내고, 계약직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경제학의 대부분 첫장에 나오는 말이 있다. 경제의 주체는 '사람'이라고....대부분의 회사 사장님들. 간부님들 경제학 배우셨잖아요?
근래에 들어 사람이 사람으로는 해서 안될 강력범죄라 일컫는 사건들이 많아진다. 묻지마 살인. 단돈 9천원에 살인. 보험금을 노린 남편에 의한 와이프의 청부살인, 반대의 살인. 각종 보이스 피싱....자살.
과연 왜?
사람을 '돈'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왜 이 지랄들을 하느냐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않고 돈으로, 표를 찍어주는 부품으로 알기 때문이다. 난 '이명박'씨 (그래도 현직 대통령이니 '씨'는 붙여준다)는 건설회사 간부 뭐시기였다고 한다. 그게 싫다.
여러 직종 중에 가장 사람을 '돈'으로 취급하는 곳이 건설부문이다. 그래서 지금 정말 말도 안되는, 상식으로 생각해서 이해할 수 없는 정책들이 수립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인간 '노무현'님은 적어도 그런 마인드가 아니었다. 그 분은 적어도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신 분이었고, 그것을 실천할 줄 아시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깨닿는데 너무나 큰 희생을 치루어야 했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그래서 너무나 안쓰럽고, 너무나 아쉽고,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왜 그런 큰 희생이 있어야만 알게 되는 것일까! 왜 그 누구도 가장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라는 것을 왜 아무도 외치지 않는걸까?
아니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때' 우리는 그렇게 하는 사람을 '바보'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스스로를 '바보'라 불리우는 것에 대해 좋아했던 노무현님을 보내는 것이 이토록 가슴이 아픈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바보'라고 부르는 바보가 다시 내 곁으로,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는 날이 있을까?
그래서 더욱더 그를 추모하고 싶은 것이다. 적어도 인간 '노무현'은 내게 있어 '존경'한다는 말을 스스럼 없이 말할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 삼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