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병이란 1. 실력은 개뿔 없는데 허세를 위해 돈지X하게 만드는 일종의 심리적 병. 2. 뭔가 실력을 늘려보고는 싶은데 투자 시간이 부족하여 최적의 기기로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 보기위해 돈지X하게 만드는 이종의 심리적 병. 3. 그냥 돈지X.
몇시간 전, 스르륵 클럽에서 iPhone5로 찍은 사진이 '오늘의 사진'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더라. 문득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왔었다. 다른 메이커의 제품은 잘 모르니깐 CANON사의 제품만 가지고 말을 시작해보자. EOS 시리즈는 물론 플레그쉽인 1D 계열, 상급기인 5D 및 7D 계열, 중급기인 6D, 10, 20, 30, 40, 50, 60, 70D, 보급기인 XXXD 계열 등이 있다.
EF와 EF-s Lens는 종류가 너무 많으니 간단하게 빨간줄, 금색줄, 그리고 나머지...로 구분.
물론 신형이 구형보다 시간의 흐름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성능이나 구조, 편리성 등이 당연히 좋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가격도 그만큼 증가했을 것이고.
과연 언제부터 사진을 찍는 것이 일반적인 취미 수준까지 온 걸까? 아마도 DSLR이라는 것이 나오면서부터? 아니면 흔히들 말하는 필름카메라가 아닌 전자식 카메라가 나오면서부터?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주변을 둘러보면 누구나 한대씩은 가지고 있는듯 보인다 (물론 없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요즘은 일반적인 전화기, 핸드폰 - 사실은 Cell phone or smart phone이 정확한 말이겠지만 -는 한대씩 다 소유하고 있고, 그 전화기에는 카메라 기능들이 기본적으로 장착이 되어 있다. 물론 나온지 10년 이상된 2G폰급을 쓰시는 분들은 없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인터넷 방송에서 들은 것 같은데, 한국이 DSLR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유일한 DSLR을 만드는 회사가 한 개 (삼숭)인 나라에서.
뭐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카메라라는게 그냥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터이니) 내가 그것으로 먹고사는 것도 아니니깐 논외로 하자.
어찌되었건 나에게 있어 장비병이란 결국 돈지X을 한다는 의미로 수렴된다.
그런데 왜 장비병이 온걸까? 돈이 많아서? 말도 안되는...매달 카드 결제일만 되면 머리 속에 왠 수백만마리의 난쟁이들이 미친듯이 좌우 대뇌반구를 무게 100t의 초울트라합금 Z로 만들어진 해머를 초속 320,000km의 속력으로 때려대는 두통을 느끼고 있구만. 그럼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단순하 허세? 허세를 부리려면 차라리 BMW에 근사한 슈트를 입고 강남을 돌아다니겠다. 무거운 카메라백을 매거나 짊어지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지름 1 cm도 안되는 꽃망울을 찍겠다고, 최대한 납작 업드려 찍는 자세가 허세일까? 그럼 뭐지?
사진을 잘 찍고 싶다. 근데 사진을 잘 찍으러면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 장비의 특성을 물론이고, 구도, 빛의 조화, 빛의 양에 따른 변화...
솔직히 아마추어로서, 단순한 취미로서 저렇게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일 듯. 박사학위는 go and stop으로 딴게 아니란다.
그러니 공부할 시간은 없고, 그렇다고 적당적당히 찍는 것은 성질머리에 안맞고...결국 편법을 동원하는 수밖에. 바로 장비들의 가격의 힘을 비는 것!
물론 진정한 고수와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 법...이겠지만, 난 진정한 고수도, 장인도 아닌 그냥 듣보잡초보일뿐이다. 그래서 장비를 지른다. 젠장. 그리고 유일한 위안은 장비가 소모되지는 않는다는 것? 물론 전자제품이니 바디는 소모된다. 그러나 광학기기인 렌즈는 더 좋은 것이 나올뿐, 결코 소모되는 품목이 아니라는 점. 물론 20~30년쯤 지나면 더이상 맞는 바디가 없어서 못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이눔의 장비병 때문에 발생하는 가계적자구조. 하나를 지르고 나면 꼭 다짐하는 것이 '이제 마지막이닷!' 이지만 항상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는.
지금 열심히 지르고 있는 것에 대한 변명은 '나중에 애가 태어나거나 이사를 하거나하면 지르고 싶어도 못지를테니 지금 지르자!'
헐! 수입을 생각해야지. 모아논 돈도 없으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Job이 안정적인가? 몇십년 계속 다니고 Pay를 받을 수 있는? 아닌데 말이다. 젠장.
결국 나에게 지금의 장비병과 지름신의 영접은 마음의 일시적 위안을 위해서다. 텅비어버린 듯한 마음 한켠을 채울 현물의 것이. 그런데 그 채울 현물이 결국 다시 두통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않는걸까?